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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Marriage

유도분만 성공기 - 출산의 기록

by 내피셜매거진 2020. 6. 20.

새로운 생명의 탄생기이자

유도분만의 과정을 기록한 것을

나름대로 생생하게 복기해본다. 

 

아가를 기다리며, 

하루를 꼬박 잠을 못자고 몽롱해서

더 꿈만 같았던 축복의 시간

 

옆에서 아내를 지켜보며 기록한

상황들을 아내의 감정으로 풀어본다.

<강서 미즈메디 병원 유도분만의 기록>

40주가 되어서도 아기가 나올 생각이 없어서

41주차 되는 날 유도분만을 잡았다. 

 

유도분만을 하다가 잘 안돼서

포기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경우를

많이 듣고 봐서 겁이 났다. 

불안한 예감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사실 유도 분만일 전에

자연스럽게 알아서 나와주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깜깜무소식. ㅎㅎ

 

결국 유도 분만일이 되었다.

전날 11시부터 금식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미리 싸 둔 

짐들을 챙겨서 병원으로 출바알. 

 

AM 7:00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하고 안내를 받았다.

 

AM 7:40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분만대기실로 입원 완료 

포도당 링거를 꼽는다. 

 

AM 8:00 

간호사 선생님의 내진

이른 아침 시간 분만대기실은

조용히 분주하다.

 

분만 대기실은 침대 하나씩 

칸칸이 벽으로 나뉘어있고, 

앞은 커튼으로만 가려져 있어서 

옆 침대 산모의 고통 신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럴 때마다 긴장이 된다. 

 

AM 8:40

촉진제 투여 시작. 

이게 말로만 듣던 촉진제구나..

자궁을 자극하는 호르몬.

주치의 선생님이 9시 외래 시작 전에 

분만대기실 회진을 돈다. 

늘 차분한 주치의 선생님을 보니

조금 긴장이 풀린다.  

 

식은땀이 나고 주기적으로 진통이 온다.

잠이 들었다 깼다 반복한다.

시간이 한참 흐른다.

 

PM 1:30 

간호사 선생님의 내진.

자궁경부가 약 2.5cm 열렸다고 한다. 

아직 갈길이 멀다. 

 

PM 2:10 

깨끗하게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관장약을 투여한다. 

그것도 빠지고 힘도 빠진다. 

 

PM 2:30

진통이 좀 심해진다. 

주치의 선생님이 상태를 보러 오셨다.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하니, 

진통제를 투여해주셨다. 

좀 살 것 같다. 

 

PM 3:00 

원활한 산소 공급을 위해

산소호흡기를 착용한다.

위급한 환자가 된 기분이다. 

 

PM 3:30

간호사 선생님의 내진

자궁 경부가 3cm 열렸다고 한다. 

두 시간에 0.5cm라니 갈 길이 멀다. 

 

PM 4:10

자궁 경부가 4cm 열렸다고 한다. 

드디어 무통 주사 투여 시작.

왜 무통무통 하는지 알겠다. 

 

가족 분만실로 이동 

언제라도 상황이 급진전되어

아기가 나올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가족분만실은..

호텔 같이 아늑하다.

방음이 잘 되어서 조용하다. 

자다 깨다 반복한다. 

 

PM 4:40

주치의 선생님 회진

촉진제를 오늘은 그만 쓰고

경과를 지켜보다 내일 오전에 

다시 시도하자고 하신다. 

 

PM 7:30

배고프고 힘이 없다. 

당직 선생님의 회진. 

자궁 경부는 5cm 정도 열렸으며,

아기가 아직 위에 있어서 

내일 오전까지는 지켜봐야겠다고 한다. 

무통주사 투여도 멈춘다.

 

PM 11:00 

하트시그널 본방 사수

이 와중에 재밌다. 

 

PM 11:55 

자궁 경부는 여전히 5cm

아기는 아까보다 조금 내려왔다고 한다. 

내일 나오려나보다.

자자. 

 

AM 1:40 

아프다. 

자연 진통이 오는 것 같다. 

점점 세진다. 

 

AM 2:00

헐 찐진통이다. 

무통 주사를 다시 투여한다. 

자궁 경부가 1cm 더 열렸다. 

4cm 남았다. 

 

AM 3:00

응가가 마려운 느낌이 난다. 

자궁 경부가 7cm 열렸다고 한다. 

예기치 못한 새벽에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코로 숨 쉬고 입으로 내뱉는

호흡을 계속한다. 

호흡이 제일 중요하다. 

 

AM 3:30

자궁 경부 10cm 다 열렸다고 한다. 

수술을 하지 않고 자연분만을 생각하며

열심히 호흡한 덕분이다. 

이제 간호사 선생님과 힘주기 연습을 한다. 

 

AM 3:50

춥고 힘들다. 

식은땀이 나고 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AM 4:00

간호사 선생님들이 분주해진다.

가족분만실 안으로 분만을 위한

수술상을 차린다며 각종 장비들을 세팅한다.  

본격적으로 호흡과 힘주기 연습을 한다. 

얼마 안 남은 것을 직감할 수 있다. 

힘내자 아가야. 

 

AM 4:45

당직 선생님이 콜을 받고 내려오셨다. 

믿음직스럽다. 

 

가족분만실로 입장하셔서

아기와 나와 호흡을 맞추며 

힘주고 빼는 타이밍을 가이드해주신다. 

 

AM 4:53

선생님 입장 8분 만에 분만 성공. 

"응아아앙 으아앙아앙"

새로운 생명이 힘차게 울며 탄생했다. 

 

키는 50cm 몸무게는 3.4kg

특이 사항 없이 건강하다.

몸에 힘이 빠지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 아기의 울음소리와 뒤섞여서 

정신이 혼미하다. 

 

 

배가 고프다.

자연분만에 성공했으니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고맙다 아가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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