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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Marriage

사주고 싶어도 못사주는 샤넬 백

by 내피셜매거진 2020. 3. 14.

임신한 아내가 고맙고 짠하다. 

만들기는 둘이 만들었는데, 

아내의 몸에서만 자라고 있는 아기가 

크면서 꾸물꾸물 꿈틀꿈틀

새끼 강아지만한 크기의 아기가

시도 때도 없이 움직여대니 

잠도 편히 못 자고 변하는 몸도 낯설어한다.

코로나19 때문에 편히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 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갑갑해하기도 한다.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저,

퇴근하고 와서 저녁에 얘기 들어주는 것과

다리 꾹꾹 주물주물주물러주기 

야밤에 콧바람 쐬러 산책하기 정도뿐이다. 

 

 

아내가 더 힘 낼 수 있도록

평소 갖고 싶어하던 가방을 선물해주기로 했다.  

어차피 그 돈 있으나 없으나 집 사기는 글렀으니 

사랑하는 아내 소원이나 들어주자. 

했는데 이게 웬일. 

샤넬백은 사고 싶다고 바로 살 수 있는게 아니었다. 

아마 샤넬에서 자주 쇼핑을 하는 VIP고객들은

언제 어떤 제품이 입고되는지 알림을 해주겠지만

나처럼 특별한 날에나 겨우 하나 살까 하는 사람은

내가 원하는 제품이 어느 매장에 있는지 

언제 입고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샤넬 고객센터는 통화 연결하기가 단언컨대

아파트 청약 당첨만큼이나 힘들다. ㅅㅂ

원하는 제품이 있다면 *오픈런은 필수고,

시크먼트 카페에서 공유되는 실시간 정보는 큰 힘이 된다.

 

 

*오픈런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춰 문 앞에서 대기 타다가

오픈하자마자 들어가는걸 뜻한다.

내가 원하는 제품이 매일 있는게 아니고

다섯 점이 입고되었는데 내가 기다리는 동안 앞에서

다 사가고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르고 확실하게 나의 운빨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어쨌든 아내가 원하는 제품은

보이 미디움 블랙 빈티지은장 캐비어 퀼팅

or 클래식 미디움 블랙 은장/금장

자 그렇다면 이제 구하러 한번 가보자. 

 

 

신세계 강남점

아내 손 잡고 첫 시도. 

오픈런에 실패했다. 

10시 30분 좀 안되게 지하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5분을 기다렸다. 허허

좀 더 일찍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시길.

대기하는 동안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확인 불가.

대기 걸어놓고 마냥 기다린다. 

커피를 마시며 기다림이 두 시간 정도 되어갈 때,

시크먼트 카페에서 성공한 오픈러너가 공유해준

실시간 정보를 통해 원하는 제품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래도 기다렸다 매장에 들어가서 구경할까 했지만, 

아내가 지쳐서 그만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차비만 11,000원. 허허허.

두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내가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알 수 없고

매장에 들어갈 수 조차 없는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브랜드 경험이었다.

 

 

신세계 본점(남대문)

다시 오픈런 해봤다.

아내 없이 솔로플레이.

10시쯤 도착했는데,

내 앞에 9팀 있었고, 10:30 오픈 시간이 되었을 땐

내 뒤에 10팀 있었다. 

대기를 걸 때 찾는 제품이 있는지 물어보고 알려준다.

판매자도 구매자도 헛수고와 시간을 덜 수 있다.

강남점과 다른 점이었고 참 고마웠다. 

혹시나 구경이나 해볼까 대기 번호 10번을 받았다. 

대기를 걸어놓고 주변에서 일 좀 보다가

근처 롯데백화점을 가보기위해 자리를 옮겼다.  

약 40분 후에 콜이 왔으나 대기 취소를 눌렀다. 

 

 

롯데 에비뉴엘(명동)

대기 시스템 없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10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줄이 살벌했다.

내가 찾는 제품이 있는지만 알면 굳이 그 긴 시간

줄 서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마냥 기다려야 한다. 

신세계처럼 대기를 걸어놓고 일을 볼 수도 없다. 

사람 빡치게 하는 시스템이다.

내 뒤로도 계속 줄이 늘어났다. 

어차피 내가 찾는 제품은 없을 것 같았다.

있어도 내 앞에서 다 팔리고 없을 것 같았다.

포기하고 나왔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역시나 대기 시스템 없이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토요일 점심시간쯤 갔는데 생각보다 줄이 짧았다. 

금요일 오전의 롯데 에비뉴엘보다 훨씬 한적했다. 

내 앞에 10팀 정도 있길래

또 한 한 시간 정도 걸리겠구나 했는데,

고객을 응대하는 점원의 수가 다른 곳보다 많아서였을까

생각보다 줄이 쭉쭉 잘 빠진다. 

들어가자마자 찾는 제품을 물어봤고, 역시나 없었다. 

그렇지만 뭐랄까.

어차피 없는 거지만 없다는 얘기를 전하는 점원의 

태도와 설명해주는 눈빛과 말투가 너무 친절했다. 

클래식 미디움은 현재는 웨이팅을 받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웨이팅을 걸어놓은 사람이 통보받은

대기 기간은 1년이라고 한다. 

웨이팅은 언제 다시 받을지 아직 알 수 없다고 한다.

 

 

당장 가방이 없어서 굶는 건 아니니

다시 찬찬히 찾아보기로 했다.

괜히 약 오르고 힘 빠진다.

라거펠트 형이 보고 싶다. 

 

어쨌든 결국 찾아서 아내에게 선물하게 될 때

다음 편은 계속된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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