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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후지필름 X100V 출시기념 X100F 다시보기

by 내피셜매거진 2020. 3. 3.

후지필름에서 X100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 X100V를 내놓았다.

신제품은 그 소식만으로도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소비로 이어질만한 가치가 있는 설레임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요리조리 따져봐야

불필요한 지출을 아낄 수 있다.

 

 

X100F를 잘 쓰고 있던 입장에서 

X100V의 출시 소식에 마음이 설레었으나

갈아탈만한 달라짐인지 요리조리 따져봐야겠다. 

 

첫 디지털카메라는 아빠가 사주셨던,

모델명이 기억나지 않는 삼성 카메라였다.

그리고 대학교 다닐 때 니콘 DSLR을 쓰면서

카메라와 친해져 보려는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후지 카메라는 우연히 X-PRO를 보고 디자인에 반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X-E1을 사용하면서 입문했다.

디자인에 반해서 들였는데,

조리개 값과 노출값, 셔터스피드를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서 촬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으며

JPG이미지가 후보정 필요 없이 내 마음에 쏙 들어, 

거창하게 컴퓨터로 옮겨서 편집하고 할 것 없이

매우 편하게 쓸 수 있는 후지 카메라만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게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끼던 카메라와 렌즈들을 모두 처분했다. 

아이폰X로도 충분히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론적으론 그랬다. 

그렇지만 과정론적으로는 절대 스마트폰으로 채울 수 없는 찍는 행위에서 느끼는 감성적 즐거움이 분명 존재했다.

그렇게 X100F를 다시 들였다. 2019년 봄이었다. 

이미 당시엔 신제품이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초기 출시가에 비해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고 나만의 카메라를 만들기 위해 사각 후드와 커버 그립, 넥스트랩, 소프트 버튼 등을 추가로 달아줬다. 

 

역시나 들고만 있어도 감성이 뿜뿜하는 디자인과

딸깍딸깍 조작하여 나만의 설정을 하고 찰칵찰칵 

촬영하는 감성적 불편함이 주는 만족감이 상당하다.

X100F는 디자인이다.

성능은 디자인만큼 해준다. 

크게 부족하다고 느껴보질 못했다.

 

 

X100시리즈의 디자인을 돌아보면 이렇다. 

그렇다.

얼핏 보면 뭐가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볼륨을 점점 다듬어 X100F가 되었을 땐

이미 어떻게 더 심플해지나 싶은 모습이다.

하.. 다시 봐도 모든 시리즈들이 참 예쁘다.

장담하건대 이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디지털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출처: asobinet.com

X100F와 X100V의 외형적 달라짐을 보자. 

역시나 얼핏 보면 달라짐이 없어 보이지만,

X100시리즈의 변화 중 가장 큰 변화가 생겼다. 

상판의 비율이 달라졌다.

그리고 뷰파인더 우상단의 슬라이드를 없애고 

평평하게 다듬었다. 

바로 이 부분이다. 

X100부터 이어져오던 카메라의 비율에 변화를 줬다. 

X100V가 좀 더 비율적으로 레트로해 보인다. 

아마도 디자인적으로 더 심플한 비율이기 때문인 듯싶다.

더불어 두꺼워진 상판 면적은 시각적으로 더 단단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 부분은 재질도 변화가 있었는데,

마그네슘합금이었던 X100F와 달리

X100V는 알루미늄 재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근 후기에 발열에 관한 내용이 자주 올라온다.

소재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후면의 가장 큰 변화는

화면의 틸트 기능과 조작 버튼 간소화다. 

화면의 틸트 기능은 있으면 가끔 낮은 앵글을 촬영할 일이 있을 때 유용할 것 같지만,

없다고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필름 시뮬레이션이 추가되었는데, 

전 세계의 다양한 색을 연구하여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에 응답하는 다양한 사진필름을 개발해온 후지필름답게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새로운 필름시뮬레이션을 탑재한다. 

X100V에는 X100F에 없는 이터나, 클래식네거티브 두 가지 시뮬레이션이 추가되었다.

사실 좀 치사한 부분이다.

카페 후기에 올라오는 클래식네거티브 사진을 볼 때마다 뽐뿌가 온다.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전 모델들도 새로운 필름시뮬레이션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크게 못 느꼈지만 다른 유저들 사이에서 문제가 많이 되었던 최대 개방 시 소프트 해지는 현상을 개선한 렌즈와 시스템적인 업그레이드는 X100F를 처분하고 X100V로 넘어갈 만큼의 매력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디자인적으로는 매우 큰 변화가 있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꾹 참아볼 수 있는 변화다. 

오히려 X100시리즈의 전통적인 라인과 비율이 X100F에서 끝맺음을 하고

X100V는 새로운 비율과 라인으로 시작되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X100F가 X100시리즈의 정통성을 간직한 마지막 모델 같은 느낌이다.

 

누군가 새롭게 구매하려 한다면 당연히 X100V를 추천하겠으나, 

X100F를 가지고 있장에서 X100V는 그냥 설레는 정도로 끝내야겠다. 

X100F도 여전히 보고 있으면

그 디자인도, 결과물도 충분히 설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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