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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ip

손목위에 레트로 뿜뿜 <카시오 DB380>

by 내피셜매거진 2020. 8. 9.

시계를 샀다.

카시오의 DB-380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가격이 많이 저렴해서 고민했다. 

 

세상에나 

살다 보니 가격이 저렴해서

고민이 되는 물건이 있다니. 

 

 DB-380 

왜 이걸 사게 되었는지,

시간을 조금 되돌려보자. 

 

결혼할 때 예물 시계를 하지 않았다.

실용주의자를 표방하는 나에게

사치품인 시계는 필요가 없었다. 

 

휴대폰만 있으면 시간 확인이 가능하니

시계는 시간을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를 뽐내기 위한 액세서리였다.

점점 도구로서의 시계는 자리를 잃어갔다. 

 

그러다 문득 그럴 때가 있다. 

다 지긋지긋 해질 때. 

디지털이 지긋지긋 해졌다. 

스마트폰 안에서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랑 멀어지고 싶은데

그러기가 어디 쉬운가. 

외출이라도 하려면 시간을 봐야 하니 

스마트폰을 안 챙겨 다닐 수가 없다. 

 

그래서 시계 하나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비싸고 무겁고 관리가 많이 필요한 

그런 시계는 나의 용도에는 맞지 않는다. 

적당한 가격에 튀지 않고 무난하게 

관리가 따로 필요 없이 시간 확인과

알람 정도만 가능하면 된다. 

 

그런 가벼운 시계 하나면 

지긋지긋한 스마트폰과 조금은 

거리를 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의 시계를 발견했다.

네모난게 적당히 투박하게 무난하고 

사이즈도 크지 않아서 적당하고

색상도 빈티지한게 안질릴거 같았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저렴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너무 저렴해서 

보기와 다르게 약하고 잘 망가지는건가 싶었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이고 방수도 된단다.

 

애플워치 스틸버전보다 90만원 정도 저렴하다.

심지어 충전 같은 귀찮은거 매일 안해줘도 된다. 

어디 부딪혀서 액정 깨질까 조마조마 안 해도 된다. 

배터리도 3년은 안 갈아줘도 된다고 한다. 

일단 질렀다. 인터넷 최저가로. 

 

 RETRO 

이름이 DB. Data Bank 데이터뱅크인데, 

그도 그럴 것이 1980년대에 등장한 시계이다. 

그땐 전화번호 10개만 저장해도 우와 소리 나오고

계산기까지 되면 우어어어 소리 나오는 시대라 

데이터뱅크라는 이름이 그럴싸하게 어울렸겠으나,

지금은 뭐 지나가던 2G폰이 비웃을 이름이다.

 

이름부터 생김새까지 80년대 향수가 묻어나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레트로 갬성이다. 

어두운 곳에 선 라이트 버튼을 누르면

초록색 불이 들어오는게 화룡정점이다. 

저렴한게 볼품없지 않고 참 옛스럽고 이쁘다.

 

 감히 멋을 아는 실용주의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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